영화

영화 잡담

앤쵸비피자 2017. 7. 20. 13:30

1. Arrow 할인이 기대만큼 거창하진 않아서 (그래도 적잖게 구매할 계획이지만) 다른 할인 행사들에 눈이 간다. 금요일에 시작한다는 Kino Lorber 할인폭을 보고 Criterion 50%와 적절히 섞어 구매할 계획이다. Criterion은 구매를 자제하고 Filmstruck 스트리밍을 이용해 볼 생각이었는데 정작 확인을 해보니 생각보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이 업로드 되어 있지 않아, 블루레이를 어느 정도는 사야 할 것 같다. 

2. 기예르모 델 토로의 〈The Shape of Water〉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아직 어떤 영화인지 정확히 감이 오진 않는데, 정서적으로 멕시코에서 만든 영화들과 닮았을 수 있어 보인다. 그렇기를 바래본다. 


3. 이번 주말에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김에 70mm IMAX에서 〈덩케르크 (Dunkirk, 2017)〉을 보고 온다. 나는 절대적으로 필름이 디지털보다 우세하다거나 혹은 디지털이 필름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놀란이나 타란티노 같은 필름애호가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나마 이들이 있기 때문에 필름 상영관들이 살아남고 경우에 따라선 되려 늘어나기 때문이다. 디지털보다 필름이 압도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호들갑을 떨며 필름을 옹호할 필요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고 하니, 막눈인 나에게는 필름의 질감 등의 이야기보다도〈프런티어 (The Frontier, 2015)〉의 오렌 샤이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듣고 지금도 필름으로 찍는 영화가 제작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필름이 주는 긴장감 (디지털과는 달리 한 번 한 번의 촬영 분량이 더 귀중하기에 생기는) 때문에 필름을 사용하고 자신만이 아니라 배우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디지털 촬영과는 다른 연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나는 오렌 샤이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 창작자가 필름으로 영화를 촬영할 수 있는 저변이 갖추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이는 저예산, 인디 영화 감독들이 아니라 영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일 때 간신히 가능한 일이라 여긴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랑 좀 다른 맥락에서 미국에도 몇 안되는 70mm IMAX와 일부 레이저 IMAX에서만 '완전체'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는데, 나는 뭐 지극히 시장주의적인 입장에서 본인이 만들고 싶다면 굳이 말리거나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쪽이고, 어쨌든 볼 기회가 있는데 놓칠 필요야 있겠나. 그러고 보면 서울이 참 대단한데, 놀란의 고향(?)인 시카고에조차 없는 레이저 IMAX가 있어 원한다면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저변이 마련되어 있는 몇 안되는 해외 도시라는게 새삼.

4. 난 엘릭 케인이 〈광기의 입 안에서 (In the Mouth of Madness, 1994)〉를 존 카펜터의 마지막 걸작이라 말한다길래 영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한 번 정도 언급하는 줄 알았더니만, 오늘 직접 해당 에피소드를 들으니 세 번인가 네 번이나 반복해서 계속 비슷한 이야기를 하길래 분통이 터졌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Twilight Time에서 블루레이를 출시한 직후 Killer POV 에피소드 136에서 간단히 〈흡혈귀들 (Vampires, 1998)〉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진행자 3명 모두 썩 좋아하지 않는 눈치. 이 영화를 '공포' 영화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일까? 음, 잘 모르겠네. 

5. 그러고 보니 Pure Cinema Podcast의 진행자 둘이 함께 뉴욕에 간다고 하던데, 여러 가지 일을 하겠지만 지금 뉴욕 Quad Cinema에서 상영 중인 마리오 바바 회고전에도 들를 모양. 이거 갈까 샌프란시스코 두기봉 영화전 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앞으로 물리 매체로 나올 가능성도 요원하고 35mm 상영도 많이 해주는 두기봉을 골랐는데 일정이 겹치지 않았다면 마리오 바바도 보고, 운이 좋을 때 이야기지만 저 둘한테 잘 듣고 있다고 격려의 인사라도 해줄 수 있었지 않을까란 생각에 아쉽긴 하다. 대부분의 상영이 영어 더빙이라는 점도 덜 끌리는 부분이긴 했다. 여전히 지알로를 볼 때 이탈리아어로 볼지 영어로 볼지는 풀리지 않는 고민 중 하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고민하다가 결국 이탈리아어로 가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