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다. 거창하거나 성실하지는 않았지만, 이 블로그를 지난 한 해 내내 운영했다. 

여전히 블로그를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어떻게' 이전에 '왜'에 대한 답이 분명치 않은 탓이 크다. 분명한 것 두 가지는 어떤 식으로든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그에 적절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2018년에는 차분히 퇴고해가며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형태의 글을 많이 쓸 여유는 없을 것이며, 그렇다면 왜 블로그가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부담이 덜 하면서도 조금 더 규칙적으로 쓸 수 있는 글쓰기를 시도해 보련다. 매달 마지막 주에 그달에 흥미롭게 본 영화 세 편에 대해 간략하게 기록할 것이다. 올해의 어느 시점에는 한 달에 영화 세 편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할 일이다.

구매 기록은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기에 여전히 유지하겠지만 구매하는 모든 타이틀에 대해 공개 형태로 글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글을 올릴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 


이렇게 글을 끝내기는 허전하니 2017년의 기억에 남을 극장 관람 영화 열 편. 말 그대로 어떤 식으로든 기억에 남을 영화들. 마음 깊이 좋아했던 영화도 있고 영화 외적인 체험 때문인 것도 있으며 영화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쉽사리 제쳐 두기도 어려워 깊게 고민했던 작품도 있다. 

1) 그녀 (Elle, 2016; 파울 페르후번)

2) 덩케르크 (Dunkirk, 2017; 크리스토퍼 놀란)

3) 도둑과 신발 수선공 (The Thief and The Cobbler, 1995; 리처드 윌리엄스)

4) 레옹 모랭, 신부 (Léon Morin, Priest, 1961; 장-피에르 멜빌)

5) 미주리주 에빙 외곽의 세 광고판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 마틴 맥도나)

6) 서스피리아 (Suspiria, 1977; 다리오 아르젠토)

7) 스타 워즈: 마지막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라이언 존슨)

8) 십만화급 (十萬火急, 1996; 두기봉)

9) 어머니! (Mother!, 2017; 대런 애러노프스키)

10) 투우사 (Matador, 1986; 페드로 알모도바르)


2017년의 흥미로웠던 블루레이/스트리밍 영화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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