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름을 한 번쯤 바꿔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어제 우마 써먼의 인터뷰를 정리한 뉴욕 타임즈 기사가 올라왔다. 여전히 타란티노의 지난 영화들을 좋아하며 타란티노 영화에서의 여성 혐오에 대해 논하는 것은 아르젠토의 여성 혐오에 대해 논하는 것과 비슷해서 그의 작품 세계 안에 상충하는 지점들이 많이 있기에 작품 세계를 통틀어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짓기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해 적잖이 실망한 것이 사실이며 타란티노의 새 영화를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보니 간밤에 엄청난 눈이 내렸고 이 도시의 놀라운 제설 솜씨마저 속수무책일 정도로 쌓여 있었다. 문득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 [쌀쌀한 겨울 풍경 (Chilly Scenes of Winter, 1979; 조운 미클린 실버)]가 떠올라 냉큼 이름을 바꾸었다. 적어도 이 도시에 있을 1년 3개월 간은 블로그에 글을 쓰며 내가 가장 자주 볼 정경과 잘 어울린다. 이 도시는 여름에조차 곧 찾아올 이른 겨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쌀쌀한 겨울 풍경]은 매우 사적으로 느껴지는 영화고 남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과는 은밀한 동지 의식을 품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 공간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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