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시리즈 두 번째는 니콜라스 로그 감독의 [유레카 (Eureka, 1983)]이다.
이 영화는 크게 3막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도저히 법정 영화화되는 마지막 막을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그냥 못 만든 게 아닐까 싶다. 2막도 강렬한 장면들은 있지만 1막에서 이미 제시한 이미지들을 순간적으로 끼워 넣는 장면들이 가장 인상적인 식이라 훌륭한 1막에 기대어 생명력을 얻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막에서 갈등의 양대 축을 형성하는 진 해크만과 룻거 하우어야 언제나 제 몫을 하니 이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테레사 러셀의 연기는 [검은 과부 (Black Widow, 1987; 밥 라펠슨)]에서도 그랬지만 영 정이 가지 않는다. 여러모로 니콜라스 로그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워 도저히 권하고 싶지 않은 실패작이다.
한 가지 질문을 해 보자. 영화의 1/3이 매우 훌륭하다면 그것으로 전체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유레카]를 보고 내린 나의 답은 그 1/3이 죽여준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레카]의 1막은 내가 이런 걸 본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술과도 같다. 장면을 관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음에도, 오로지 이미지만으로 말도 안 되는 장면 연결을 정당화시키는 데 와 이건 정말이지... 나중에 가면 이전에 전혀 다른 맥락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들을 새로운 맥락에 연결해 다양한 의미의 중첩을 이끌어내는데 (예를 들어 피가 튀는 장면과 사금이 튀는 장면이라거나), 이게 조금만 잘못해도 민망해지기 십상인데 [유레카]에서는 그 풍성한 이미지와 색채의 향연에 말문이 막힌다. [지금 보면 안 돼 (Don't Look Now, 1973; 니콜라스 로그)]와 마찬가지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직접 체험해보길 권한다.
나는 영국의 유레카에서 출시한 영국판으로 감상했는데, 이와 큰 차이가 없는 미국 Twilight Time 판이 2월 28일까지 할인 행사 동안 매우 저렴한 9.95 달러에 판매 중이다. 참고로 표지 디자인은 유레카 쪽의 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