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번 주의 영화"로 [마지막 지령 (The Last Detail, 1973; 할 애쉬비)]을 꼽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뉴 헐리우드 장르의 대표 격으로 분류되는 영화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할 애쉬비의 대표작인 [해롤드와 모드 (Harold and Maude, 1971)]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며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주의 영화 자리를 두고 [마지막 지령]과 경쟁한 작품이 또 다른 뉴 헐리우드 감독 아서 펜의 [한겨울 (Dead of Winter, 1987)]이라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원. (물론 [한겨울]은 뉴 헐리우드 영화와는 거리가 멀고, 아서 펜은 제작자들이 촬영 도중 급하게 모셔온 고용 감독에 가깝다) 

잭 니콜슨과 오티스 영이 분한 두 수병이 노포크 해군 기지에서 포츠머스 해군 교도소까지 죄수를 호송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그들은 최대한 빨리 죄수를 호송하고 남은 기간을 부대 밖에서 즐겁게 지낼 기대에 부풀지만, 그들이 호송해야 하는 젊은 죄수 메도우스가 도벽 때문에 자선 기금함에서 40불을 훔치려다가 높은 분의 눈 밖에 나 가혹한 형벌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술도 마셔본 적이 없고 연애를 해본 적도 없는 이 젊은이에게 수감 전 마지막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자는 결심을 하고 최대한 여정을 지연하며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 본다는 이야기이다.  

빼어난 뉴 헐리우드 영화들이 그렇지만, [마지막 지령]은 뉴 헐리우드라는 인식 없이 감상해도 제 몫을 다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충실한 코미디이자 로드 무비이다. 나는 코미디 영화를 볼 때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인물들을 대하는 태도에 항상 신경이 쓰이는데 [마지막 지령]은 이 지점에서 사려 깊다. 유일하게 바짝 긴장하게 되었던 건 이치렌종이 나오는 부분이었는데, 처음에는 "남묘호렌게쿄" 주문을 되풀이하는 수행자들을 (백인들이 듣기에 이상하게 들리는 발음을 이용한) 일회용 웃음거리 에피소드로 삼는 건 아닌가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문은 일견 태연해 보이는 인물의 절박한 감정을 담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게 되며 결국 나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최근 이런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자주, 즐겁게 웃었다. 

하고 싶은 바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마음에 들었는데, 비록 인생 경험이 훨씬 많은 두 수병이 메도우스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딱히 그들이 멘토나 구루 마냥 메도우스에서 가르침을 명대사의 형태로 전달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은 경험이 많을 뿐 더 어른스럽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이 영화에서 메도우스만큼이나 두 수병 역시 여정을 통해 성장한다. 그보다 할 애쉬비는 두 수병이 품는 자연스러운 연민과 정을 전달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인물들과 함께 관객 역시 여정을 따라가며 메도우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쌓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지령]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과 장소의 이동만을 담아내지 않는) 훌륭한 로드 무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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