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도착한 타이틀은 달랑 한 편이지만 기쁨은 더할 나위없이 크다.

영국에서 출시되었던 [짙은 빨강 (Profondo Rosso, 1975; 다리오 아르젠토)] 한정판을 구하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100달러 내외에 거래되는 이베이 장터를 들락날락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때 참길 잘했지... 

비록 영국판에 동봉되었던 사운드트랙 CD는 없지만 애초에 나의 주목적은 한정판에만 수록된 미국 개봉 판본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아르젠토의 영화에 대해 '살인 장면을 보기 위해 지루한 장면을 참아주는' 영화라는 식의 설명이나 감상들이 있는데 나는 대체로 이에 동의할 수 없는 편이지만, [수정 깃털의 새 (L'uccello dalle piume di cristallo, 1970)]와 이 작품에 대해서만은 반박하기 힘들다. 다만 그 이유가 조금 다른데, 살인 장면 사이의 장면들이 지루해서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무척 무례하고 여성 혐오적인 데다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만 선택하는 인물인데 영화가 그의 행적을 따라가는 구성이라 보고 있으면 좋은 감정이 들지 않기 때문. 그래서 그런 장면들을 대폭 들어내었다는 미국 개봉 판본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 

딴소리. 블루 언더그라운드에서 작년에 새롭게 출시한 [스탕달 신드롬 (La sindrome di Stendhal, 1996; 다리오 아르젠토)]에 대해 Dr. Gogol님과 알렉산드라 헬러-니콜라스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은 데다가, 위의 영화들을 볼 때 힘든 까닭과 정확히 반대의 이유에서 너무나 보고 싶은데, 블루 언더그라운드의 이베이 셀러가 아직도 이 영화는 할인 품목에 넣지 않고 있어 장바구니에서 넣었다 뺐다 하는 중. 아르젠토의 환상 영화 말고 지알로 영화에서 여성 인물이 서사의 중심에 위치한 작품은 이 영화랑 [오페라 (Opera, 1987)] 정도일 텐데, [오페라]도 영어 자막 달린 판본이 곧 나올 예정이라 기대된다...만 제작사가 스콜피온 릴리징이라 자막의 품질에 대해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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