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erion에서 내년 3월〈확대〉출시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라면 덮어 놓고 환영이다. 안토니오니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전에 간략하게 쓴 글을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와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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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를 좋아하게 된 것은 반쯤은 허세, 반쯤은 호기심으로 샀던 〈밤(La Notte, 1961)〉을 어느 울적했던 날 보고 한 방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기 때문이다. 도저히 그대로는 멈출 수 없어 연달아 〈일식(L’Eclisse, 1962)〉를 보고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탈리아 감독들에게서 드러나는 멋진 풍자와 신랄한 비판을 가하겠다는 지적 허세와 과시욕, 또는 자기 변명을 주구장창 늘어놓다가 자기애에 빠져버리는 나르시즘에는 관심이 없으다. 유려하지만 과묵하고 뽐내려 들지 않는 카메라를 통해 현대 사회 속 개인의 문제를 진지하고 힘겹게 보여주면서도, 해법을 제시 혹은 강요하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에게는 루키노 비스콘티와 더불어 감독의 이름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유이한 非장르 이탈리아 영화 감독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비스콘티보다 각별하다: 첫째, 비스콘티의 (중후기) 작품들이 그 정서나 스타일, 작법의 측면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넘쳐나는데 반해 안토니오니의 작품들은 일견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점, 둘째, 예술가보다는 장인(匠人)들이 만든 영화에 더 호감이 가는 나에게는 현대 영화, 아트하우스 영화를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여기에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해준다는 점. 


말이 나온 김에 현재까지 발매된 안토니오니 영화를 정리해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자.



(만들어진 순서대로, 보유중인 영화는 파란색으로, 영자막 없는 판본은 고려치 않음)

1.〈패배자(I Vinti, 1952)〉: 미국의 RaroVideo에서 출시되었으나 복원 품질에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2.〈동백꽃 없는 아가씨(La Signora Senza Camelie, 1953)〉: 영국의 Eureka에서 지역코드 B로 출시.


3.〈도시의 사랑(L’amore in Città, 1953)〉: 미국의 RaroVideo에서 출시되었으나 복원 품질에 큰 문제가 있다 함. 일본 발매판도 있으나 상세는 불명.


4.〈여자친구들(Le Amiche, 1955)〉: 미국의 Criterion 판과 영국의 Eureka 판(지역코드 B)이 있으며 화질/음질은 별다른 차이 없다고 한다.


5.〈모험(L’Avventura, 1960)〉: Criterion 미국/영국/캐나다 판이 존재.


6.〈밤(La Notte, 1961)〉: 미국 Criterion 판과 영국 Eureka 판(지역코드 B)가 존재. 색감이 약간 다르다는 지적이 있으나 큰 차이는 아닌 것으로 보임. Criterion 판으로 보유중.


7.〈일식(L’Eclisse, 1962)〉: 미국 Criterion 판과 영국/프랑스 Studio Canal 판본(지역코드B) 사이에 품질 차이 없으며 부가 영상이 풍부한 Criterion 판이 나음. Criterion 판으로 보유중.


8.〈붉은 사막(Il Deserto Rosso, 1964)〉: 미국 Criterion 판과 영국 BFI 판(지역코드B)가 각각 적색/녹색 색감이 있어 평이 갈리며 blu-ray.com 리뷰어는 BFI판을 선호한다 밝힘. Criterion 판으로 보유중.


9. 〈확대(Blow-up, 1966)〉: 미국 Criterion에서 발매 예정.


10.〈한 여인의 정체(Identificazione di Una Donna, 1982)〉: 미국 Criterion 판과 프랑스 Gaumont 판(지역코드 제한 없음)사이에 「밤」, 「붉은 사막」과 유사한 색감 차이가 존재함. 부가 영상 등을 감안하면 Gaumont 판이 더 나은 것으로 보임. Criterion 판으로 보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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