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지간 많다. 대체 영화 숫자로 따지면 몇개야? 연말 이후 Arrow에서 사고 싶은 타이틀이 꽤 늘었는데 다행히 그 기대에 부응해 많은 타이틀을 할인 행사에 포함시켜 준 덕에 작정하고 구매했다. 타이틀 구매에 쓰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모색해보고 있는데 어째 그렇게 줄인 미국 타이틀 구매 비용이 영국으로 죄다 유출되는 듯한 이 느낌은...
"Woody Allen: Seven Films 1986-1991"과 "The Eric Rohmer Collection"은 제목 그대로의 박스 세트. 에릭 로메르는 아직 영화 단 한 편도 보지 않았는데, 언젠가 꼭 한 편 보고 싶었다. 홍상수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좋아하는 감독이라는 점, 누벨 바그 영화인들이 우파적이며 비정치적이라 비판했다는 이야기만으로 막연하게 호감이 간다. 지금에 와서 왜 우디 앨런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즐겨 보는 70~80년대 영화들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 배우들의 경력을 찾아볼 때마다 우디 앨런의 연출작 한두개씩은 꼭 출연을 했었기에 언젠가는 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로우에서 출시한 세 편의 박스 중 이 마지막 박스 세트가 가장 우디 앨런의 나레이션이나 출연 비중이 적다고 들어 선택했다.
[자칼의 날 (The Day of Jackal, 1973; 프레드 진네만)]을 보지 않을 이유라곤 감독 밖에 없었는데, 진네만의 전성기 영화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20년 뒤 영화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 이미 [줄리아 (Julia, 1977; 프레드 진네만)]도 사놓고 있고. 두 영화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들어 기대가 크다.
[격정범죄 (Crimes of Passion, 1984; 켄 러셀)]은 나올 당시부터 시놉시스를 보고 궁금했는데, 당시에는 캐슬린 터너를 잘 몰라 앤소니 퍼킨스가 변태 성직자로 나오는 영화로 기억하다가 이제는 캐슬린 터너를 무척 좋아하게 되어 기꺼이 구매했다. 그런데 스틸컷 등을 보면 머리 모양이나 화장법 때문인지 다른 영화에서 기억하던 캐슬린 터너와는 얼굴이 좀 달라 보이는데 과연 실제로 영화를 보면 어떨 것인지? [사랑하는 여인들 (Women in Love, 1969; 켄 러셀)]이 기대만큼 좋진 않았지만 그것은 조금도 연출자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되려 좀 더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작품으로 이 사람의 연출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한국 시네필들 사이에서는 공전절후의 인기를 자랑하는 쿠로사와 키요시. 나는 [크리피 (クリーピー, 2016; 쿠로사와 키요시)]에 미약한 호감 정도를 품었는데, 이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 보니 쿠로사와 키요시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다행히 그의 대표작 [회로 (回路, 2011)]과 [큐어 (キュア, 1997)]가 연달아 영국에서 블루레이로 출시되어 할인 행사에 포함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율 (Shivers, 1975;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안 본 크로넨버그 영화 채우기. 새로운 영화를 만날 때의 기대감의 측면에서 크로넨버그 이상으로 나를 설레게 하는 감독도 드물다.
[커피 (Coffy, 1973; 잭 힐)]. 이 영화는 일단은 제목만 적어둔다. 일단 보고 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코헨과 테이트 (Cohen & Tate, 1989; 에릭 레드)]. 하하, 이미 봤다. 상영 시간도 짧은데다가 워낙 호기심이 생겨서. 끝내주는데! 나는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 하에서 최선을 다하며 타협없는 대결을 펼치는 영화들을 너무 좋아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보았다. 영화 보는데 자꾸 테이트 배우 얼굴도 익숙하고 이 캐릭터마저 어디선가 본 거 같은 데자뷰가 들어 신경이 쓰였는데, 찾아보니 요새 틈날 때 보는 드라마 "파이어플라이"의 제인이었다! 괜히 반갑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