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새로 구매한 영화가 없다. 그래서 그간 언급하지 못한 영화들의 간략한 소감이나.

[검은 수선화 (Black Narcissus, 1947; 마이클 파웰, 에메릭 프레스버거)]

테크니컬러! 테크니컬러! 테크니컬러! 

[두려움없는 (Fearless, 1993; 피터 위어)]

사고 직후 변화한 인물과 그를 대하는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섬세함과 사려 깊음에 감탄했다. 제프 브리지스야 원래 대단한 걸 알지만,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로지 페레즈를 알게 되어 기쁘다. 

[여죄수 전갈 짐승의 방 (女囚さそり けもの部屋, 1973; 이토 슌야)]

마츠시마 나미 외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그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 관습적이지 않나. 나미가 나오는 부분들, 특히 오프닝 장면이나 까마귀 감옥 (조금 더 오래 나왔더라면), 하수구를 떠도는 장면 같은 건 여전히 좋다. 

[영체 (The Entity, 1982; 시드니 J. 퓨리)] 

체육관에 집 '세트'를 만드는데 이르면, 영체 과학자들의 집요함과 영화 만든 사람들의 집요함에 그저 존경심만.

[울프가이 불타는 늑대남자(ウルフガイ 燃えろ狼男, 야마구치 카즈히코)] 

여성 인물들을 사용하는 방식이 한숨만 나오는 수준. 소니 치바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도베르만 형사 (ドーベルマン刑事, 1977; 후카사쿠 킨지)] 쪽을 권한다. 

[이탈리아 식 결혼 (Matrimonio all'italiana, 1964; 비토리오 데 시카)]

결혼을 두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훌륭한 코미디인 동시에 사회 구조를 굉장히 잘 담아낸 영화이기도 하다. 웃음에 어둠을 묻으려 들지 않고, 그 어둠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영화의 태도가 소피아 로렌과 닮았다.

[전사들 (The Warriors, 1979; 월터 힐)]

내 맘 속에서는 [뉴욕 탈출 (Escape from New York, 1981; 존 카펜터)]과 비슷한 영화. 왜 인기가 많은지 잘 모르겠다. 

[죽여라 아이야, 죽여 (Operazione paura, 1966; 마리오 바바)] 

제작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스크린 밖으로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운데, 그 결과물들이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라 거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탐포포 (タンポポ, 1975; 이타미 주조)] 

라멘 서부극이라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굳이 따지면 조력자들을 모으는데 집중하고 정작 싸움은 싱겁게 끝나는 느낌? 곁다리 이야기들이 더 좋았는데, 그걸 본 이야기와 대비시키는 구조가 '주제 의식'을 강조하는 방식이라 달갑지 않았다.

[현경 대 조직폭력 (県警対組織暴力, 1975; 후카사쿠 킨지)]

이번엔 스가하라 분타가 형사로 나온다. 특유의 박력은 여전하고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한데 [인의 없는 전쟁]에서 비교적 피상적으로 다뤄진 경찰 내부의 사정까지 그려내어 더욱 염세적이다. 특히 엔딩은 백문이불여일견 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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