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irst Reformed (2017; 폴 슈레이더)] 강렬하다. 슈레이더의 영화를 규정하는 요소들이 훌륭하게 혼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 6월이지만 조심스럽게 올해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이번 주에 인상적인 영화로 꼽을까 했는데, 다음 주에 한 번 더 보고 생각을 정리한 뒤 소감을 써보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디지털 촬영 탓인지 특유의 날카로운 질감이 영화와 썩 어울리는 것 같진 않다.

2. [봄 (Spring, 2014; 저스틴 벤슨, 애런 무어헤드)]을 일단 빌려 보고 마음에 들면 같은 감독들이 만든 [The Endless (2017)]도 빌려 보려고 했는데, [봄]을 보고 빌리는 건 포기.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고, 빌려 볼 필요 없이 바로 Arrow의 한정판을 구매해서 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결말도 그렇고 꼭 필요했나 싶은 장면들도 있어 완전히 마음에 들었다고는 못하겠는데, 무서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끝까지 처음의 톤을 유지하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영화로 밀고 가는 뚝심이 좋았다. 

3. [Hounds of Love (2016; 벤 영)]. 호주의 실존 납치 살인범 커플을 모델로 한 영화. 정확히 실제 사건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건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 직접적인 학대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유괴범 중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그려내려고 한다. 남성 인물들은 거의 스테레오 타입화 되어 있으며, 피해자, 살인범 여성, 피해자의 어머니라는 세 여성의 미묘한 유대와 공감이 강조된다. 피해자가 살인범 커플의 성격과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포착하고 이를 이용/자극하여 상황을 타개하려고 하기에 [코헨과 테이트 (Cohen and Tate, 1984; 에릭 레드)]가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항상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시네마스코프의 활용이 돋보이는 장면도 있고, 일방적으로 피해자가 학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다만, 시도는 좋지만 결과적으로 관객이 납득할만한 여성 간의 관계를 만들었냐고 하면 조금 회의적인데, 일단 살인범 여성과 피해자의 어머니 사이의 유사성이 지나치게 뚜렷하고, 결과적으로 모든 걸 모성(母性)과 성적 욕망으로 설명하려는 태도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차라리 피해자의 어머니의 비중을 많이 줄이고, 피해자와 살인범 간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역시 일방적이기 쉬운 상황에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만으로도 제법 흥미롭게 보았다.

4. Kino 할인 행사 시작. 5월 할인은 관심 있던 타이틀들이 포함되지 않아 넘겼는데, 이번에는 전 품목에 할인가가 적용된다. 심지어 할인폭은 다른 영화들보다 조금 작지만, 이번 달에 출시한 [The Big Country (1958; 윌리엄 와일러)]나 [Spetters (1980; 파울 페르후번)]도 할인 품목이다. 덕분에 저렴하게 구매한 건 좋은데, 5월과 6월에 연달아 할인을 하니 혹시 회사 단기 자금 사정이 안좋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긴다.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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