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운전할 때, 단순 작업 할 때, 집안일 할 때 지루함을 덜기 위해 영화 팟캐스트를 열심히 듣고 있다.

한국어로 진행하는 팟캐스트는 "김혜리의 필름 클럽"만 듣는데, 김혜리 기자의 코멘트 위주로 들었던 예전과 달리 요새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최다은 피디의 음악 관련 코멘트들이 무척 재미있다. 지금은 휴식기인데 돌아 오기를 기다리는 중. 

"Pure Cinema Podcast"는 기대 이상으로 신나게 잘 해나가고 있다. 최근 후원자들에게만 공개하는 보너스 에피소드들에 초창기보다 힘을 덜 쏟는게 아쉽긴 한데, 전체 공개 에피소드들에서 하는 일들을 보면 감히 불평할 순 없다. 존 카펜터의 필모그래피 각각의 영화에 어울리는 동시 상영 영화를 고르는데 6시간 이상을 쏟아 붓더니, 80년대 컬트 영화는 물론이오 기대도 안했던 다큐멘터리와 풍자 영화 에피소드가 굉장했다. 덕분에 [The Last Movie Star (2017; 아담 리프킨)]를 비롯해서 (다행히 이 영화는 DVDNetflix에 있다!) 에롤 모리스 영화, 에피소드를 듣다 절로 호감이 생긴 버트 레이놀즈의 전성기 시절 영화들에 흥미가 생겼다. Kino Lorber 할인을 한 번 더 이용할까 고민중.

"Shock Waves"는 또 어떤가. 100회 기념으로 100개의 공포 영화를 선정했다. 물론 이걸 "꼭 봐야할" 정전 취급하면 안되겠고 실제로도 서구, 특히 영미권 공포 영화에 편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지만, 뭐 어떤가. 애초에 진행자들도 그런 의도로 이 영화들을 선정하지 않았을텐데. 내가 못 본 50개가 넘는 영화를 새로이 알게 되거나 다시금 보고 싶어진 것만으로 고맙다. 

"Supporting Characters"가 Blue Underground 레이블의 수장 빌 러스틱과의 대담으로 돌아왔다. 그가 과거 영화를 만들 때나 유럽 영화들을 LD, DVD로 미국 시장에 소개할 때의 이야기, 그리고 Blue Underground와 미디어 시장에 대한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하는데, 빌 러스틱이 과거에 만든 영화들도 보고 싶고, 그의 이야기 속에 나온 아르젠토를 위시한 이탈리아 영화들도 궁금해진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 관심 있는 감독이 나올 때 위주로 듣기 시작한 "Post Mortem with Mick Garris" 팟캐스트의 Peter Medak 편도 대단했지. 헝가리 출신의 감독이 아버지와 형을 잃고 영국으로 망명하여 영화 관련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슬쩍슬쩍 등장하는 영화계의 거물들도 반갑고 [귀신들림 (The Haunting, 1963; 로버트 와이즈)]의 세트에 있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이래서 [The Changeling (1980)]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구나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싶어 감동적이기도 했다. 

"The Director's Cut" 팟캐스트도 종종 듣는다. 미국의 감독 조합에서 제작하는, 최근 개봉작의 감독과 다른 한 감독과의 대담을 수록한 팟캐스트인데, 뻔하고 예의차린 질문을 할 때도 많지만 가끔씩 신기한 콤비가 등장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폴 슈레이더 본인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First Reformed (2017)]에 관한 이야기들도 좋았다. 

영화 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들의, 각각의 시각에서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듣는 건 왜 이렇게 즐거운지. 

아참, "Just the Discs"도 여전히 소박하고 사랑스럽게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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