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주에도 특별히 구매한 타이틀이 없으므로, 대신 생각나는 걸 두서없이 써보도록 한다.

2. B&N 크라이테리언 막차를 탈 것인가 말 것인가. 숙제처럼 남아있던 [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데니스 호퍼)]를 드디어 해치워서, 이제는 [미국에서 길을 잃다 (Lost in America, 1985; 앨버트 브룩스)]를 보아도 될 것 같은데. 

3. "America Lost and Found: The BBS Story" 구매 여부를 여전히 고민중. [이지 라이더]를 다시 찾아볼 것 같진 않지만, 피터 보그다노비치 영화가 보고 싶어서. 아직 하나도 안봤는데 일단 내가 무척 선호하는 배우 제프 브리지스가 나오는 [마지막 상영 (The Last Picture Show, 1971)] 부터 시작해볼까 하는데. 

4. [체인질링 (The Changeling, 1980; 피터 메닥)]은 대체 어느 쪽을 사야하나. DVDBeaver에 공개된 스크린샷은 색감이 확연히 다른데, blu-ray.com 포럼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영국판 캡쳐 하는 사람의 색지정이 잘못 되었을 뿐이라고 하고. 부록은 Second Sight 쪽이 더 마음에 들고. 발매일까지 좀 더 기다려볼까.

5. 아직 이사가려면 거의 1년 가량 남았지만 슬슬 짐을 줄이기 위해 블루레이 일부를 정리할까 생각중. 중복 타이틀,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타이틀, 소장 가치가 많지 않으면서 스트리밍 등의 접근성이 양호한 타이틀 위주로 정리할 계획이며, 미국판은 이곳 중고 매장들에 팔아 넘기고 非미국판들은 한국에서 팔아보거나 나눔하거나 하려고 한다. 내년 초에 아마 한국에 들어갈...수 있겠지? 

6. [줄루 (Zulu, 1964; 사이 엔필드)]는 막 빼어난 영화는 아님에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전의 전쟁 영화들은 그냥 촬영 현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부분이 있다. 소수의 영국군이 맨땅에 진지를 구축하여 다수의 줄루족을 상대하는데, 그런 내용을 찍으려고 배우들이 실제 모래자루를 운반하여 진지를 만들고, 유일하게 있는 건물 지붕으로 쳐들어오는 적을 상대하려고 마이클 케인이 이끄는 소대가 기어 올라가고, 전투 한 번 하면 병사(배우)들이 갈굼 당하면서 무너진 진지 다시 보수하는 영화. (물론 [구멍 (Le Trou, 1960; 자크 베케르)] 같은 집요함을 기대하는 건 곤란하다.) 제작자를 겸한 주연 스탠리 베이커가 '진보좌파'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어서 줄루족을 대상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기에 지금에 와서도 보기 편한 측면도 있다. 

7. [매드 맥스 2 (Mad Max 2, 1981; 조지 밀러)]를 다시 봤다. 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d: Fury Road, 2015; 조지 밀러)] 좋아하지만 역시 시리즈 최고작은 단연 이 쪽이지 싶다. 마지막 카체이싱 장면에서 개조한 트럭과 휴멍거스의 부하들이 벌이는 사투 장면의 박진감은 정말이지.

8. [자칼의 날 (The Day of the Jackal, 1973; 프레드 진네만)] 제법 긴 영환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2시간 20분짜리 암살 영화에서 2시간을 암살자의 암살 준비, 상대측의 암살 시도 방지, 암살자측의 정보 입수 시도 등의 건조하고 자세한 묘사에 할애한다. 한치의 느슨함도 없이 고개 돌리는 일도 없이 단계를 착착 밟아가는데 딱 내 취향이더라. 프레드 진네만 그동안 너무 무시했나 싶다가도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원작과 케네스 로스의 각본 덕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사두고 아직 안 본 [전장의 개들 (The Dogs of War, 1980; 존 어빈)]이나 곧 Powerhouse에서 출시 예정인 [오뎃사 파일 (The Odessa File, 1974; 로날드 님)]을 비롯한 프레데릭 포사이스 영화들에 관심이 생겼다. 

9. "디트리히 & 폰 스턴버그 인 할리우드" 여섯 작품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디트리히의 존재감이 다른 모든 요소를 압도하여 구태의연할 영화가 너무나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은데 여기에 매혹됐다. [진홍의 여제 (The Scarlet Empress, 1934)], [불명예 (Dishonored, 1931)], [금발의 비너스 (Blonde Venus, 1932)], [상하이 특급 (Shanghai Express, 1932)], [모로코 (Morocco, 1930)], [악마는 여자다 (The Devil is a Woman, 1935)] 순으로 좋았다. 영화의 플롯보다는 앞서 말한 순간을 보여주기만 하면 좋은거라, 어울리지 않는 스페인어스러운 발음으로 디트리히의 진지함이 부각되는 부분 없는 연기를 하는 마지막 영화를 제외하면 모조리 다 맘에 들지만, 굳이 따지면 저런 순서라는 거다. 

10. 요새는 각잡고 글을 쓸 심적 여유가 없어서 이런 식의 글이라도 좀 더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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