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영국 아마존에서 도착한 타이틀 3개. 

그 중 두 개가 소위 오링케이스라고 불리는 위아래로 끼우고 빼는 슬립케이스를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무척 싫어하는 케이스다. 아무래도 뺐다 꼈다 할 때마다 모서리 손상이 걱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시드니 폴락 영화 두 세편을 보고나니 [콘돌의 사흘 (Three Days of the Condor, 1975; 시드니 폴락)]이 보고 싶어졌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74; 시드니 루멧)]은 좋은 평을 들었고, 좋아하는 배우도 한 가득이고, 감독도 좋아하는데다가, 아내가 굉장히 선호하는 유형의 영화(특별히 잔인하거나 놀래키는 장면 없이 사람들 간의 관계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심이 되면서 의상, 풍경 등의 눈요깃거리도 많이 나오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해서 이제야 산게 의아할 정도. 도착하자마자 보았는데, 이미 여러 영화를 통해 느낀 바지만, 명배우에게 연기력을 뽐낼 판을 깔아주는데 있어 루멧만한 감독이 또 있을까 싶다. 과시적이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 배우를 담아내야 좋을지 정확하게 아는 프레임을 짜는 솜씨는 정말 대단한데. 헨리 폰다, 리 J. 콥, 월터 매튜, 시몬 시뇨레, 숀 코너리, 페이 더너웨이, 윌리엄 홀든, 피터 핀치, 알 파치노, 폴 뉴먼, 리버 피닉스, 필립 시모어 호프먼 등의 최고의 연기들이 모두 이 감독의 손에서 나왔다. 명배우들이 10분 남짓의 제한된 분량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야 하는 이 영화에 가장 적절한 감독이고, 배우의 연기 스타일에 맞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장면을 구성하는 세심함이 새삼 감탄스러웠다. 

[벗어날 수 없는 (The Endless, 2017; 저스틴 벤슨 & 아론 무어헤드)]는 감독 콤비의 전작 [봄 (Spring, 2014)]을 보고 바로 구매를 결심했다. [봄]도 그렇고, [벗어날 수 없는]도 그렇고, 지적이지만 그닥 의욕적이지는 않고, 좋지 않은 삶을 사는 감성적인 젊은 백인 남성 주인공들이 품는 고민이나 갈등 해결 방식은 크게 흥미롭지는 않은데, 그들이 존재하는 세계를 구성하고 묘사하는 태도가 대단히 마음에 든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암약하는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그 세계의 동력은 광기가 아니라 단단한 내적 논리이며,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세계를 만들어 놓고도 한 편의 영화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벗어날 수 없는]을 보고 나니, 함께 수록된 같은 세계관 영화 [레졸루션 (Resolution, 2012)]도 주말 내로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혹시 둘 다 볼 계획이 있다면 [레졸루션]을 먼저 보는 쪽을 추천. 


그나저나 원래 사려고 마음 먹었던 [미국에서 길을 잃다 (Lost in America, 1985; 앨버트 브룩스)]는 월요일에 뜻밖의 일이 생겨 반즈앤노블 매장을 방문하지 못해 살 수가 없었다. 일단 대여도 가능하니 급한 대로 빌려보고, 다음 할인에 사던가 이사하고 사던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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