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의 짜르 에디 멀러의 페이스북에 그가 2012년에 썼던 글을 다시 링크했다. 글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기 보다는, 글에 드러나는 에디 멀러의 영화관(映畵觀)에서 공감하는 바와 깨닫는 바가 많아 번역해 보았다.  

원문 링크 

나는 어떻게 영화를 판단하는가

나는 영화 평론가가 아니다. 더는 아니다. 영화를 판정하며 돈을 벌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은퇴한 몸이다. 나는 누구나 영화를 체험하는 주관적인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고, 내 방식대로 영화를 보라고 설득하는 일에는 이젠 흥미가 없다. 말하자면, 각자 알아서 즐기자는 거지. 물론 나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영화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는 걸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비평가라기보단 영화 애호가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몬트리올 세계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18개의 후보작 중에 "최고의 데뷔작"을 고르게 된 건 흥미로운 도전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자제하고 (아아, 그걸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 나름의 공식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악덕 (VICE) 테스트를 만들었다. 

V는 VALUE (가치)다. 

이야기의 교훈이나 영화의 "가치" (켁켁)이 아니라, 이놈의 영화를 보기 위해 내가 소비한 시간의 가치를 말한다. 내가 방금 투자한 시간에 가치가 있었나? 다른 걸 하는 게 낫진 않았을까? 나는 할 일이 많고, 직업적으로 영화를 비평하는 평론가들과 달리, (대다수 관객처럼) 영화 감상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시간 낭비가 아닌 영화를 선호한다. 또한, 지속적인 가치도 있다-이 영화가 마음에 남을까? 영감을 줄까? 내 나름의 생각을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나? 젠장, 하다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권할 순 있나? 이 모든 것에 가치가 있다.

I는 IMPACT(영향)이다.

좋은 영화는 내게 정서적 혹은 이성적 영향을 준다. 무언가를 느끼게 하거나, 아니면 생각하게 한다. 위대한 영화라면 둘 다 해낸다. 좀이 쑤시거나 끝까지 얼마나 남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봐야지. 새뮤얼 풀러의 말을 바꿔 인용하자면, 모든 게 감정에 달렸다. 영화가 얼마나 영리한지, 포스트모던한지, 혹은 해체주의적인지는 관심 없지만, 분명한 영향은 줘야 할 것 아닌가.

C는 CONCEPT(컨셉)이다.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고, 영향력 있는 영화를 원한다면, 끝내주는 컨셉에 바탕을 둔 영화를 찾으면 된다.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 아는 이야기라면 신선한 시도를 통해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일어날 거라는 기대감을 주는 영화, 혹은 익숙한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조망하는 영리한 각본이 있는 영화도 좋다. 낡은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말한다 - 어이, 그게 바로 컨셉이잖아!  

E는 Execution(집행)이다.

내 기준에 영화를 만드는 단 하나의 올바른 방법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때론 허접한 솜씨가 영화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영향을 주거나 가치를 얻을 법한 기회를 날려버리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집행이란 영화의 마법을 깰만한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나쁜 캐스팅 (연기), 형편없는 완급조절, 괴상한 편집, 엉망인 조명, 조잡한 음향. 이 모두가 영화를 굉장히 산만하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이 모든 것들이 뛰어나다 해도, 그것이 영화의 좋음을 담보하진 않는다. 그래서 이것이 영화 비평에서 가장 과대 평가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영화 참 웰메이드다"라는 평가는 나한텐 아무런 의미도 없다. 젠장, 그렇게 따지면 요새는 포르노도 웰메이드라고. 

다행히 아직 이 경쟁 부문에서 "호텔로 돌아가서 포르노나 볼 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는 없다.

영화를 사랑하는 내 친구들과 비평가들도 그들 각자만의 기준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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