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정해졌고 앞으로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마음의 짐(?)이었던 코멘터리도 좀 보고. (정확히는 블루레이에서 코멘터리를 추출하여 출퇴근 길에 듣는 걸 생각 중인데 아직 일을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어떤 식으로 즐길 지는 차차 고려해 보려고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하여 지른 Vinegar Syndrome의 블루레이들이 도착(한지는 한참 됐지만). 무늬만 세일하는 Shout! Factory 같은 레이블과 달리 Vinegar Syndrome은 "이것이 세일이다"라며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가격을 선보여 도저히 안 살 수가 없다. 게다가 올해는 걸작 [리퀴드 스카이 (Liquid Sky, 1982; Slava Tsukerman)]는 물론이오, [스위트 슈거 (Sweet Sugar, 1973; 미셀 르벡)] 같은 작품도 의외의 종합 선물 세트같은 재미를 선사해준터라 Vinegar Syndrome 세일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Vinegar Syndrome 타이틀의 성공률이 그리 높지는 않기에 고민이 되긴 하지만, 이전부터 레이블 관계자들이 출연한 ShockWave Podcast도 들으면서 사고 싶은 타이틀을 추려뒀던 터라 구매가 어렵지는 않았다.

Vinegar Syndrome 타이틀의 성공률이 높지 않다고 해도 나에게는 각별한 기분이 드는 레이블인데, 무엇보다 "잘 만든 영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영화를 볼 때 주목하는 부분들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못 만든 영화" 중에서 어떤 영화가 흥미로운지, 어떤 영화는 지루하고 시간이 아까운지를 생각하다보면 소위 "잘 만든 영화"들 역시 이런 기준에서 보게 된달까. 이번에 구입한 일곱 영화 중에도 한 세 개쯤 건지면 나쁘지 않은 타율이라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이제 금전적 여유도 생길터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더 많은 타이틀을 사게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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