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의 말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다음 글로 미루고, 4k와 3D에 대한 여담. 

최신 영화나 스트리밍을 위주로 즐기는 영화 애호가라면 4k 재생 환경을 갖출 유인도 많고 프로젝터/스크린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업그레이드도 쉬운 편.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의 TV가 4k 재생을 지원하므로 스트리밍 위주라면 스트리밍이 가능한 TV를 구매하면 그만이며, 설령 uhd 물리 매체를 구매할 계획이라 해도, 여기에 uhd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추가하면 된다.

다만 프로젝터/스크린 환경으로 가면 이야기가 복잡해지는데, 4k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1) 4k 지원이 되는 플레이어 (2) 4k 지원이 되는 리시버 (3) 4k 지원이 되는 프로젝터의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 프로젝터 자체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2)는 없어도 되겠지만 이미 프로젝터/스크린을 갖추는 시점에서 프로젝터 스피커를 이용할 사람은 없다고 봐야지. (1)과 (2)는 제법 보편화되어 있지만 문제는 (3). 소위 True 4k를 지원하는 프로젝터들은 대개 5,000 달러를 상회하여 영화 감상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며 이보다 아래 등급으로 내려가면 4k 영상을 틀기 위해 잔재주를 부리는 프로젝터들이라 막눈에는 별 차이 없다지만 찝찝해지기 마련. 더구나 같은 가격에 4k를 포기하면 다른 사양에 훨씬 훌륭한 프로젝터들을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나의 경우 감상하는 영화의 절대 다수가 2000년 이전 영화들이고 uhd로 발매된 타이틀이 아직도 두자릿수에 그치는 상황에서 (이중에 uhd가 블루레이 대비 확실히 우세하면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만 추리면 uhd 타이틀의 숫자는 더욱 줄어드는 상황) 4k 재생 환경의 가성비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족하나마 4k 재생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이번에 시스템을 갖추면 적어도 5년 가량은 사용을 할텐데 스트리밍의 경우에는 4k가 보다 보편화될 것이며 물리 매체의 경우도 uhd 타이틀이 완전히 사장되지는 않으리라 판단했기 때문. 게다가 동시대 영화들을 안 보는 것도 아닌데 기왕 갖출 거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3D의 경우 문제는 이보다 복잡하다.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된 4k와 달리 3D는 사장되는 장르다. 가정용 3D 보급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극장용 3D로 제작되는 영화의 숫자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체 3D로 봐야할 타이틀 갯수가 얼마나 되겠나. 그래서 3D에 대해서는 별 욕심이 없던 상황인데, 심각하게 3D 지원이 되는 프로젝터 구매를 고민하게 된 것은 [검은 석호의 괴물]을 보고 나서. 2D로 보는 와중에도 3D 상영을 염두하여 제작된 영화라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고 50년대에 적지 않은 수의 3D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이 영화들의 3D 블루레이마저 나와 있는 상횡이라는 걸 알게 되니 3D를 갖춰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정용 3D는 극장 3D보다 (동일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밝고 3D 효과도 더 나은 편이라고 들으니 대충 3D 컨버팅한 영화들 말고 처음부터 3D 상영을 염두한 영화들이라면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은 호기심도 생겼다 (예를 들자면 극장에서 3D로 보고 실망했다가 집에서 2D로 보고 평가를 바꾸게 된 [퍼시픽 림])

다만 3D의 경우는 4k와 달리 필수불가결한 사항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소개할 '그 사건'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3D 기능이 지원되는 프로젝터를 손에 넣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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