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구매하는 취미생활 물품들의 사진을 찍어 남겨보려고 한다. 내가 지금 어떤 영화들을 주로 구매하는지에 대한 기록도 되고, 도착 당시의 기대와 감상 후의 소감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반가운 소포가 도착해서, 내가 구매한 것이 아니라 선물 받은 물품에 대한 사진과 글로 이 카테고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깔끔한 포장 속에 들어있던 것은,
짜잔. 지인으로부터 온 새해 인사를 겸한 편지와 타이틀 세 장.
타이틀의 면면을 보며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g in the Rain, 1952)〉는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아 아직 보지도 사지도 않았던 작품이다. 작년 연말에〈라 라 랜드 (La La Land, 2016)〉을 불만족스럽게 보고 나오면서 좋은 뮤지컬에 대한 갈망만 커져 '내년에는 기필코 고전기 뮤지컬에 손을 뻗히겠'다고 다짐했는데 입문용으로 이만한 것도 없지. 이렇게 등을 떠밀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아무래도 검증된 영화들에 먼저 손이 가게 마련이라 감사할 따름.
나머지 두 영화는 존재조차 몰랐던 작품이다. 〈귀신들림 (The Haunting, 1963)〉이 특히 반갑다. 공포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는 하나 관심 영역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알로 영화나 빈센트 프라이스가 나오는 영화들은 상당수를 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반해, 60년대 이전의 미국 공포 영화 같은 것은 생소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 와중에 이 영화는 40년대에 이미 두 편의 공포 영화를 만든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그 경험을 잘 살려 만든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리고 아무래도 오래된 공포 영화일수록 신체 훼손 장면을 보기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도 편한 마음으로 권할 수 있어 좋다.
〈골짜기 길 (Canyon Passage, 1946)〉은 자크 투르네르의 첫번째 서부 영화라는 것 외에는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그냥 보겠다. 의외로 내가 아직 접하지 못한 고전기 서부극이 근래에는 블루레이로 잘 출시되지 않았던 터라 가슴이 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실 2016년 영화 결산을 반쯤 써놨다가 캡쳐가 번거로워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2월이 되기 전에 완성해서 포스팅하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