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ebay 할인을 통해 구매한 타이틀 4개 + 영국 아마존에서 선배송된 타이틀 1개가 도착했다.

구매한 영화들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Pure Cinema Podcast (이하 PCP)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아랫줄의 세 타이틀은 모두 PCP에서 추천 받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출시되는 수많은 블루 레이들 중에 무얼 구매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는 나로서는, 매번 주제를 잡아 자신들이 좋아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영화를 소개 해주는 PCP의 실용성이 일단 마음에 든다. 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에도 주목할 만 하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면, 뜬구름잡는 듯한 고담준론을 읊으며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거나, 반대로 아예 IMDB Trivia에나 실릴 것 같은 신변잡기를 중심으로 소개하여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PCP에서는 영화의 특징적인 아이디어, 인상적이었던 장면, 좋아하는 배우 등을 흥분을 섞어 소개하기에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들과 맞아 떨어져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추천하는 영화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고답적이지 않고 유쾌하며 맘에 들지 않는 영화를 깔 시간에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라도 더 소개하겠다는 식이라 긍정적이고 유익하다. 특히 Cult Movies 2000 and Beyond와 Rip-Offs 에피소드를 들으며 이들이 '구린' 영화를 허물없이 하지만 진심으로 즐기는 태도 (완성도와 개연성, 주제의식을 따지고 드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는 감동마저 느껴지고, 닮고 싶었다. 게다가 두 참여자 Elric과 Brian의 발음까지 명확하여 아직도(!) 영어 청해력이 딸리는 나도 듣는데 무리가 없고. 추천작들이 어떤 매체(블루 레이, DVD, 아마존, NETFLIX 등)로 이용 가능한지 알려 주는 것도 고마운데 심지어 Brian이 운영하는 Rupert Pupkin Speaks 블로그에 추천작 목록을 정리하여 올려주기까지 한다. 

〈다윗과 밧세바 (David and Bathsheba, 1951)〉는 DVD Beaver의 캡쳐 이미지를 보고 바로 구매를 결심했다. 〈브뤼즈에서 (In Bruges, 2008)〉은 예전부터 관심은 있던 영화였는데 같은 감독의 최신작 예고편이 독특하여 망설임없이 구매. 〈제안 (The Proposition, 2005)〉은 PCP의 Cult Movies 2000 and Beyond 에피소드에서 생전 처음 들어본 호주 서부극이라는데 소개가 제법 흥미진진하게 들린다: 번스 갱단의 찰리 번스(가이 피어스)는 경찰로부터 동생 마이키와 자신의 사면을 대가로 9일 이내에 악명 높은 형 아서를 죽이라는 제안을 받고 형을 찾기 위한 길을 떠난다고 한다. 형제 간의 대결보다는 찰리의 여정과 그 여정이 펼쳐지는 호주 아웃백의 황량한 풍광이 주를 이루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데 과연 어떨런지. 

〈그린 룸 (Green Room, 2016)〉은 PCP의 멤버 Elric이 2016년의 공포 영화로 망설임없이 꼽는 작품으로, 구매 직후 이미 감상했다. 푼돈이나 벌어볼까 하는 마음에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네오 나치 계열 공연장을 찾은 밴드가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본 후 공연장 내 밴드 대기실(그린 룸)에 고립되어 그들을 살해하여 증거를 인멸하려는 공연장 관계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그린 룸은 외부와 차단되어 주인공들이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빠져나가야 하는 공간이며 두 상반된 측면이 번갈아 부각되어 영화의 리듬이 살아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소한 도구들조차 소중해지는데 그린 룸의 잠긴 문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협상을 벌이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슬래셔-고어 영화로 전환되고 나서도 영화의 힘은 떨어지지 않는데 심지어 기대치도 않았던 협업-액션의 쾌감이 느껴지는 순간마저 있다. 아쉽게도...

그러나 공간 자체의 구조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며 (관객이 쉽게 공간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리고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갈 수 있다), 그 공간에서 전진하고 후퇴하는 움직임으로만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요즘 흔치 않은 영화여서 반가웠다. 

〈거대한 열기 (The Big Heat, 1953)〉도 이번에 다시 감상했고, 할 말이 많은데 쓰다보니 길어져 그건 추후에 프리츠 랑에 대한 별도의 글로 작성하려 한다. 여담으로 Twilight Time에서 처음 내줬을 때의 앞표지가 가장 좋았고 재판시의 앞표지도 나쁘지 않은데 Indicator 판은 영 정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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