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돌아와 일주일이 넘게 슬럼프를 겪고 있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의욕이 사그라들고 그만큼 일하는 효율도 떨어져 더 일이 안되는 악순환이랄까. 적당히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러고 있노라니 블로그랍시고 열어 놓은 것도 계륵처럼 느껴져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지금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까지 갖고 있지만 남의 글을 읽는 용도 외에 드문드문 뜬금없는 포스팅을 하는 걸 제외하면 거의 죽은 계정이나 다름 없는데 블로그까지 있으니 입지도 않는 옷을 잔뜩 옷장에 쌓아둬 공간만 차지하는 느낌이랄까, 거추장스러웠다. 그럴 바에야 깔끔하게 폐쇄하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문득 애초에 블로그를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형식에 맞지 않는 글을 쓰는 공간으로 꾸려가려는 나의 선입견이 문제였지 싶었다. 그런 글이 대체 얼마나 되겠나. 게다가 요새는 영화에 대해 장문의 '감상평'을 쓰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는데. 

근본적으로 블로그라는 매체를 시도하게 된 이유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강한 휘발성과 검색의 불편성 때문이며 나는 여전히 블로그가 그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소해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세 가지 계정 중 하나를 살려야 한다면 그건 블로그여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다면 대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살려두는 이유는 무언가? 결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고 생각한다. 타국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감흥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나는 그 해결책을 기존의 지인들 (페이스북) 혹은 취미를 공유할만한 익명의 사람들 (트위터)에서 찾고자 했다. 두 가지 모두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지금의 내가 2013년의 내가 아니듯 나의 지인들도 그때의 그들이 아니기에 그들의 타임라인을 번잡하게 만들고 '좋아요' 하나 받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회의가 들었고,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나와는 무척이나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듯 했다. 다른 관점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보고 있으면 피곤해지는 글이 많아 거리감만 생겼다. 따라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지금처럼 침묵하며 남의 글을 구독하는 형태로 남겨두고, 대신 블로그를 조금 더 자유롭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써보기로 했다.

블로그 이름이나 포맷, 게시판 구성, 글의 형태 등도 내키는데로 천천히 바꿔가고자 한다. 아마 다시 안정된 형태로 정착하는데 몇 달은 걸리겠으나 나에게는 최종적으로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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