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cktober가 끝났으니 이제 Noirvember! 11월은 누아르의 달이다. 

이번에는 다섯 편의 혼자 볼 영화와 다섯 편의 아내와 함께 볼 영화를 선정할 참이다. 

먼저 혼자 볼 영화들을 간략하게 꼽아 보면 [사형집행인들 또한 죽는다! (Hangmen Also Die!, 1943; Fritz Lang)], [아스팔트 정글 (The Asphalt Jungle, 1950; John Huston)], [52 픽업 (52 Pick-Up, 1986; John Frankenheimer)], [레드 락 웨스트 (Red Rock West, 1993; John Dahl)], 그리고 [의식 (La Cérémonie, 1995; Claude Chabrol)]이다. 

지금부터는 누아르 영화를 권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 아내는 신체 훼손/변형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일부 예외를 제외한 공포 영화의 경우 내가 미리 보고 괜찮은지 여부를 확인한 영화만 권할 수가 있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고른 영화를 퇴짜맞은 경우도 있어 아무래도 난관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고전기 누아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내는 고독한 범죄자들의 남성애적 동지 의식이나 집요하게까지 묘사하는 강탈 과정 등에 별 흥미가 없다. [그림자 군단(L'armée des ombres, 1969; Jean-Pierre Melville)]을 제외한 장-피에르 멜빌이나 마이클 만의 영화에 거의 호감을 표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막연히 누아르 영화 역시 선호하지 않을거라 지레짐작하고 권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아내는 (여전히 강탈 영화에는 큰 재미를 못 느끼지만)  누아르 영화의 빛과 그림자의 대비, 다양한 욕망의 표출, 추리 소설에 가까운 전개, 여성 배우들을 좋아했고 잔인하거나 놀래키는 장면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에도 만족해했다. 필름 누아르의 선구자 격인 [몰타의 매 (The Maltese Falcon, 1941; John Huston)], 정전(正典)들인 [성공의 달콤한 냄새 (Sweet Smell of Success, 1957; Alexander Mackendrick)], [로라 (Laura, 1944; Otto Preminger)],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 1950; Billy Wilder)]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고 큰 범주에서 누아르로 분류할 수 있거나 혹은 누아르의 영향력 하에 있는 [사냥꾼의 밤 (The Night of the Hunter, 1955; Charles Laughton)], [이브의 모든 것 (All About Eve, 1950; Joseph L. Mankiewicz)], [너무 많이 안 여자 (La ragazza che sapeva troppo, 1963; Mario Bava)],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1965; Martin Ritt)]도 좋아했다. (이 중 구체적으로 어느 것이 필름 누아르이고 어느 것이 아니냐는 식의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이번에 꼽을 다섯 편은 고전기 필름 누아르 중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 세 편, 프랑스 영화 한 편, 그리고 네오-누아르 한 편으로 균형을 맞춰 보았다.

[밀드레드 피어스 (Mildred Pierce, 1945; Michael Curtiz)]
[배회자 (The Prowler, 1951; Joseph Losey)]
[위험을 무릅쓰고 (On Dangerous Ground, 1951; Nicholas Ray)]
[악마들 (Les Diaboliques, 1955; Henri-Georges Clouzot)]
[운전수 (The Driver, 1978; Walter Hill)]

즐거운 11월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10월 중 본 공포 영화들을 좀 정리해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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