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비社에서는 돌비 ATMOS 음향 시스템과 돌비 비전 영사 시스템을 갖춘 영화관 컨셉트 '돌비 시네마'를 몇몇 나라의 극장 체인과 협업하여 지원하고 있다.
돌비 ATMOS의 위력이야 이미 [로마] 관람 등을 통해 확인한 바 있으나 (적절한 영상 소스가 제공된다는 전제 하에) 아이맥스보다도 해상도와 컨트래스트 측면에서 낫다는 돌비 비전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 프리미엄 영화관을 표방하는 만큼 극장 시설도 궁금하여 자동차로 20분 가량 걸리는 돌비 시네마 지원 극장을 방문했다. 참고로 한국에는 아직 돌비 시네마 극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 영국, 유럽 일부 국가, UAE, 중국 등에서 관람이 가능하며, 미국의 경우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에서 Dolby Cinema at AMC 라는 이름으로 제공 중이다.
오늘 본 영화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 (Us, 2019)]. 전작 [겟 아웃 (Get Out, 2017)]을 즐거이 본데다가 인터넷에서의 반응이 엄청나서 기대감을 품고 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샤이닝 (The Shining, 1980; 스탠리 큐브릭)]이 떠오르는 지점들이 많았는데-나는 [샤이닝]이 흥미로운 (공포) 영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많아 몰입이 어렵고 맥이 빠졌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해석'을 좋아하는 한국에서의 흥행이 이해가 간다.) 결과적으로 각각의 장면들의 긴장감/박진감이 너무 떨어지고, 그렇다고 주인공 가족에게 정서적으로 이입하거나 동정심을 품게 되는 것도 아니고, 관객을 홀려 버리는 영화도 아니라서.
영화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영화관 이야기로 돌아가면 돌비 시네마의 관람 환경은 무척 훌륭했다. 최근 미국 영화관의 트렌드는 리클라이닝 체어인데 돌비 시네마는 프리미엄 영화관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척 봐도 훌륭한 소재의 가죽으로 제작된, 다리 부분과 머리 부분의 기울기를 각각 조절할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하여 굉장히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각 열의 단차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매 열마다 의자 앞에 칸막이가 있어 앞에 키가 큰 관객이 앉거나 핸드폰을 확인하는 사람이 있어도 크게 거슬리지 않을 것 같았다.
영화관에 들어가자마자 헉 소리가 나오는 스크린 크기는 제대로 된 아이맥스를 제외하면 비교할 대상이 없는 수준이다. (물론 보잉 IMAX (한국의 용산 IMAX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보다는 꽤 작을 것이다) 돌비 비전의 대단하다는 콘트라스트를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어스]는 흑인의 피부색이 어둠 속에 묻히고 하얀 눈동자만 뚜렷하게 보이는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화라 엄청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건 당연히 [어스]의 잘못이나 돌비 비전의 잘못은 아니고;; 되려 영화의 악역들이 내는 괴이한 소리나 작중 등장하는 모터 보트 소리, 스마트홈 스피커가 내는 소리 등에서 ATMOS 음향이 더 돋보였다.
돌비 비전을 제공하지 않는 영화를 시설 즐기자고 가까운 극장 내버려두고 굳이 찾아와서 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돌비 시네마 포맷으로 개봉할 영화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궁금한 영화만 해도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 2019; 데니스 위드마이어, 케빈 쾰쉬)], [헬보이 (Hellboy, 2019; 닐 마샬)], [존 윅: 챕터 3 - 파라벨럼 (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2019; 채드 스타헬스키)], [고질라: 괴물들의 왕 (Godzilla: King of the Monsters, 2019; 마이클 도허티)], [그것: 챕터 2 (It: Chapter Two, 2019; 앤디 무시에티)], [겨울왕국 2 (Frozen 2, 2019;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스타워즈: 에피소드 9 (Star Wars: Episode IX, 2019; J.J. 에이브람스)]) 이 영화들을 굳이 여기서 보지 않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돌비 시네마 극장이 있는 도시로 여행가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