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앞으로 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글은 쓰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Pure Cinema Podcast의 기조에 지극히 공감하기 때문이며 한국 트위터 이용자들의 태도에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영화라면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호감을 품을 만한 요소들에 대해 주로 언급하겠다. 


1. 〈다가오는 것들 (L'avenir, 2016; Mia Hansen-Love)〉는 우리 나라와 미국에 'Things to come'이라는 제목과 그 직역으로 소개되었고 이번 한국 방문에서 여기에 불쾌감을 느낀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득 의문이 들어 원제를 찾아보니, 불어에 조예는 없으나 영제 'The Future'에 해당하는 단어라고 한다. 'The Future' 도 괜찮은데 굳이 'Things to come'이라 번역해야 했나. 아니면 감독이나 제작사 측의 의도일까? 나쁘지 않은 영화인데, 남의 명성에 기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 그런데〈다가오는 것들 (Things to come, 1936; William Cameron Menzies)〉이 그렇게 친숙하고 유명한 영화도 아닐텐데, 대체 왜? 


2.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았다. 아니, 이 감독 영화 다 이렇게 개성 넘치나? 빨리 전작들을 찾아 봐야 겠는데. 영화 보고 관련된 글을 읽다가 비로소 월터 힐이 카메오로 등장한다는 걸 알았는데 알만한 관객들에게 슬쩍 윙크를 날리는 모습에 더욱 호감이 가네. 

이 영화 한국에 개봉하면 또 약 빨고 만들었네 어쩌네 말 나올 거 같은데, 치밀한 계산과 안배를 통해 만든 영화에 대해 그런 말좀 안했으면 좋겠다. 


3. 워너브라더스 콜렉션 블루레이 4 for $44 할인. 나쁘진 않은데 요새는 아마존에 워낙 싼 가격에 나오기도 하고 (게다가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할인할 때 사놓는 방식으로 추가 할인도 가능하다) 워너에 대한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라... 그런데 앞으로도 기출시작의 자막이 개선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4. B&N의 크라이테리언 할인도 추가적인 프로모션 코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넘길 예정. Arrow가 워낙 거창하게 홍보를 해놔서 일단 19일까지는 기다려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5. Just the Disc Podcast는 원래 듣지 않는데, 이번에 "Collector Mentality"에 대한 특집 두 편을 너무 즐겁게 들었다. 굉장히 Practical한 내용도 많고 (예를 들어 어떤 기준으로 타이틀을 구매하는가 라던가, 어떤 방식으로 정렬하는가 라던가) 이해는 가지만 미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공감 안되는 내용도 있고 (같은 기준이면 미국 발매 타이틀을 선호하는 등), 무엇보다 자막에 대한 언급 + 옹호가 고맙더라. 듣고 있나, 워너 브라더스? 


6. 모님의 인도로 7/21~23 샌프란시스코 방문 예정. 비행기 값도 안드는데 이럴 때 질러보는 거지 뭐.

한국에서 돌아와 일주일이 넘게 슬럼프를 겪고 있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의욕이 사그라들고 그만큼 일하는 효율도 떨어져 더 일이 안되는 악순환이랄까. 적당히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러고 있노라니 블로그랍시고 열어 놓은 것도 계륵처럼 느껴져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지금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까지 갖고 있지만 남의 글을 읽는 용도 외에 드문드문 뜬금없는 포스팅을 하는 걸 제외하면 거의 죽은 계정이나 다름 없는데 블로그까지 있으니 입지도 않는 옷을 잔뜩 옷장에 쌓아둬 공간만 차지하는 느낌이랄까, 거추장스러웠다. 그럴 바에야 깔끔하게 폐쇄하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문득 애초에 블로그를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형식에 맞지 않는 글을 쓰는 공간으로 꾸려가려는 나의 선입견이 문제였지 싶었다. 그런 글이 대체 얼마나 되겠나. 게다가 요새는 영화에 대해 장문의 '감상평'을 쓰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는데. 

근본적으로 블로그라는 매체를 시도하게 된 이유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강한 휘발성과 검색의 불편성 때문이며 나는 여전히 블로그가 그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소해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세 가지 계정 중 하나를 살려야 한다면 그건 블로그여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다면 대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살려두는 이유는 무언가? 결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고 생각한다. 타국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감흥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나는 그 해결책을 기존의 지인들 (페이스북) 혹은 취미를 공유할만한 익명의 사람들 (트위터)에서 찾고자 했다. 두 가지 모두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지금의 내가 2013년의 내가 아니듯 나의 지인들도 그때의 그들이 아니기에 그들의 타임라인을 번잡하게 만들고 '좋아요' 하나 받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회의가 들었고,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나와는 무척이나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듯 했다. 다른 관점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보고 있으면 피곤해지는 글이 많아 거리감만 생겼다. 따라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지금처럼 침묵하며 남의 글을 구독하는 형태로 남겨두고, 대신 블로그를 조금 더 자유롭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써보기로 했다.

블로그 이름이나 포맷, 게시판 구성, 글의 형태 등도 내키는데로 천천히 바꿔가고자 한다. 아마 다시 안정된 형태로 정착하는데 몇 달은 걸리겠으나 나에게는 최종적으로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게 중요하다.


한국 방문 전에 마지막으로 집에 들렀다. 이번에는 하나하나 설명하진 못하고 기록만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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