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엡손 프로젝터를 배치할 자리를 확보했다고 가정하면, 

엡손 사의 3LCD 제품군 중에 어떤 방식으로든 4k를 지원하는 기종은 현재 크게 두가지다.

Epson Home Cinema 4010 (한국명 TW-7400)

Epson Home Cinema 5040 (한국명 TW-8300)

두 기종의 차이는 ProjectorCentral의 비교 글에 잘 나와 있는데,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1) 밝기와 콘트라스트에 있어 5040이 분명히 우위에 있으나 콘트라스트 차이는 매우 어두운 장면을 매우 어두운 방에서 볼 때 체감된다; (2) 4010은 5040과 동시기 모델인 4000의 개선형으로 4K/HDR 화질이 미세하게 개선되었다. (다만 5040의 우수한 표현력 때문에 그 차이가 크지 않거나 도리어 5040 쪽이 결과적으로는 나음.) 그 외에 사소한 차이점들이 있으나 아는 차치하고 현재 4010은 $1,799, 5040은 $1,999로 큰 고민없이 5040을 선택할 정도의 가격 차이다. 

문제는 두가지. 첫째, 5040은 (최근 생산품은 어느 정도 해결된 듯 하나) 갑자기 프로젝터가 꺼지는 파워 서플라이 쪽 문제가 다수 보고된 바 있으며, 둘째, 5040의 후속 기종은 5050이 근시일내 발매 예정이다. 5050은 4010의 자매기로 4010에 적용된 HDR 기술과 여기에 더해 HDMI 전송량까지 늘어난 상황. 물론 4k 컨텐츠가 아니라면 이를 체감하기란 어렵겠으나, 업그레이드가 용이하여 큰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스피커 세트와 달리 프로젝터는 한 번 사면 최소 5년 가량은 쓸 계획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고 (아마도 4월 출시 예정인) 5050을 기다려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우려되는 바는 5050의 가격이 5040과의 작은 성능 차이를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책정될거라는 루머가 있다는 점인데, 5050이 발매된다고 해서 5040이 시장에서 씨가 마르는 것은 아니므로 그때가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4월까지 집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려야 하는가? 매주 누아르 시티 같은 행사가 있다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현재로는 어림없는 소리. 게다가 나는 4월부터 일을 시작할 계획인데 황금같은 시간을 그냥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전 집에서는 프로젝터 하나로 영화/드라마/게임 등을 모두 영사했는데, 이 경우 드라마나 특히 게임 등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많은 램프 수명을 소모하게 되었고, 엡손 프로젝터의 정품 램프 교체 비용은 만만치 않으며, 모조품의 경우 그 수명을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프로젝터의 경우 전체 소등과 외부 빛 차단을 하고 영상을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영화라면 모를까 게임의 경우에 눈의 피로도가 너무 커져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안방에 적절한 크기의, 4k만 지원되는 중/저사양의 TV를 하나 놓고 게임과 일부 드라마는 그 쪽에서 보면 될 일. 이 경우 서라운드 음향을 희생해야 하지만 애초에 게임과 음향에 크게 기대할 것 없는 드라마들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가끔 유튜브 영상같은 걸 볼 때도 훨씬 만족감이 높을 터. 자 그럼 이 TV를 좀 일찍 사서 이걸 거실에 놓고 한동안 영화보는데 써도 이론상 아무 문제가 없을 것 아닌가? 적절한 크기라 함은 안방 기준으로 55인치 정도. 그런데 정작 매장을 찾아가 보니 55인치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고 안방 TV 스탠드의 크기를 고려해보면 65인치 TV가 간신히 들어가는 정도라 결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인 VIZIO 사의 65인치 TV를 들고 왔다...






글을 두개로 나눈 이유는 다른 제품들과 한 프레임에 담기 어려운 "잉마르 베리만" 컬렉션 때문. 잉마르 베리만 영화라고 해봐야 딱 한 편 봤고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도 않아 영화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고 보긴 힘든데, 수집가의 입장에서는 큐레이팅이 된 30편짜리 박스 세트라는 야심만만함에 끌려 구매했다. 이렇게라도 사면 한 편씩 보게 되지 않을까. 

[마이키와 니키]는 팟캐스트/트위터에 일레인 메이 좋아하는 너무 많아 구입. 아직 [A New Leaf]도 안봤는데...게다가 제작 뒷얘기를 들으니 겉잡을 수 없이 제작비가 늘어나다가 망한 영화의 범주에 들어가니 괜히 궁금하고. 

총 5편의 Criterion 구매품이 도착. 오늘과 내일에 걸쳐 포스팅할 계획이다. 

[오명]은 8년 전쯤에 한 번 봤는데, 히치콕 영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등장하는 배우들과도 훨씬 친숙해진 지금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오명]을 시작점으로 삼아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영화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 2년간 웰스의 작품을 거의 다 감상하고 웰스를 (감독/배우 양쪽에서) 경애하게 된 이 시점에서 [위대한 앰버슨가]가 발매되다니 운이 좋다. 상관없는 얘기지만 아이러니하게 아직도 [시민 케인]을 안봤다. 

[다운힐 레이서]. 여러 팟캐스트에서 마이클 리치 감독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기억은 안나지만 캐린 쿠사마 감독이 The Movies That Made Me 팟캐스트에서 리치 감독에 대한 애정을 뿜어냈던 건 생생하다. [프라임 컷]의 감독이 허투른 영화를 만들었을 리도 없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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