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프로젝터에는 크게 DLP 투사방식과 LCD 투사방식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램프에서 발생한 빛이 적, 녹, 청의 LCD 패널을 지나면서 상을 얻는 형태가 LCD 방식이고, 전기 신호를 이용해 매우 많은 미세한 거울을 조정하는 칩을 설치하여 여기에 빛을 투과시키는 DLP 방식이 있다. 원칙상으로는 LCD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칩을 총 3개 설치하는 방식이 이상적이지만, 칩의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정용 프로젝터의 경우에는 초고가형을 제외하면 찾아보기가 힘들며 대신에 칩은 하나맏 설치하고 빛을 빠르게 회전하는 컬러휠에 투과시켜 매우 빠른 속도로 적, 녹, 청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나오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 가정용 보급형 4k 프로젝터의 경우 엡손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판식 DLP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단판식 DLP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일부 영상에서 컬러휠의 색깔이 합쳐지지 못하고 분리되어 시청자에게 무지개 빛깔이 보이는 '무지개 현상'. 이는 모든 관람자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며 개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누군가가 시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영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도 하다. 예전에는 단판식 DLP 프로젝터의 큰 문제점이었지만 컬러휠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재는 무지개 현상은 소수의 사람들만 느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들을 RBE (Rainbow Effect) sensitive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크레더블2]를 보며 나는 RBE sensitive 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지난 6년간 사용하던 프로젝터는 LCD 방식의 엡손 제품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무지개 현상을 느낄 일은 없었으며 서울과 달리 미국은 프로젝터 시연 매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구매 전에 미리 확인할 수도 없었다. 아내는 전혀 무지개 현상을 느낄 수 없었다는데, 나는 특히 검은 화면에 흰 자막이 투사될 때 총천연색 무지개가 느껴졌으며 이는 흑백 영화, 또는 상하로 존재하는 레터박스에 자막이 투영되는 일이 있는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볼 때 감상의 질을 막대하게 떨어뜨릴 것임이 분명한 바, 이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내가 구매한 사이트에서는 90일 무료 반송/환불 정책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LG 프로젝터는 다음날 바로 반송.

그렇다면 남은 건 엡손으로 돌아가는 선택지 뿐인데, 크고 아름다운 엡손 프로젝터를 어디에 설치할지, 그리고 어떤 기종을 구매할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좌측의 두 개는 4k & 3D 환경을 구축한 것을 기념하여 지인께서 선물로 보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현재는 3D는 볼 수 없는 상황. 둘 다 보고 싶었는데 (특히 [틴틴의 모험]) 아직 보지 않은 스필버그 영화들이라 매우 반갑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지막 유혹]도 구매.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이 이상의 결과물이 향후 나올지도 미지수이고, [레드 락 웨스트] 감독이 만든 네오 누아르 영화라면 꼭 보고 싶었다. 


지난 글의 말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다음 글로 미루고, 4k와 3D에 대한 여담. 

최신 영화나 스트리밍을 위주로 즐기는 영화 애호가라면 4k 재생 환경을 갖출 유인도 많고 프로젝터/스크린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업그레이드도 쉬운 편.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의 TV가 4k 재생을 지원하므로 스트리밍 위주라면 스트리밍이 가능한 TV를 구매하면 그만이며, 설령 uhd 물리 매체를 구매할 계획이라 해도, 여기에 uhd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추가하면 된다.

다만 프로젝터/스크린 환경으로 가면 이야기가 복잡해지는데, 4k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1) 4k 지원이 되는 플레이어 (2) 4k 지원이 되는 리시버 (3) 4k 지원이 되는 프로젝터의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 프로젝터 자체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2)는 없어도 되겠지만 이미 프로젝터/스크린을 갖추는 시점에서 프로젝터 스피커를 이용할 사람은 없다고 봐야지. (1)과 (2)는 제법 보편화되어 있지만 문제는 (3). 소위 True 4k를 지원하는 프로젝터들은 대개 5,000 달러를 상회하여 영화 감상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며 이보다 아래 등급으로 내려가면 4k 영상을 틀기 위해 잔재주를 부리는 프로젝터들이라 막눈에는 별 차이 없다지만 찝찝해지기 마련. 더구나 같은 가격에 4k를 포기하면 다른 사양에 훨씬 훌륭한 프로젝터들을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나의 경우 감상하는 영화의 절대 다수가 2000년 이전 영화들이고 uhd로 발매된 타이틀이 아직도 두자릿수에 그치는 상황에서 (이중에 uhd가 블루레이 대비 확실히 우세하면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만 추리면 uhd 타이틀의 숫자는 더욱 줄어드는 상황) 4k 재생 환경의 가성비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족하나마 4k 재생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이번에 시스템을 갖추면 적어도 5년 가량은 사용을 할텐데 스트리밍의 경우에는 4k가 보다 보편화될 것이며 물리 매체의 경우도 uhd 타이틀이 완전히 사장되지는 않으리라 판단했기 때문. 게다가 동시대 영화들을 안 보는 것도 아닌데 기왕 갖출 거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3D의 경우 문제는 이보다 복잡하다.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된 4k와 달리 3D는 사장되는 장르다. 가정용 3D 보급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극장용 3D로 제작되는 영화의 숫자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체 3D로 봐야할 타이틀 갯수가 얼마나 되겠나. 그래서 3D에 대해서는 별 욕심이 없던 상황인데, 심각하게 3D 지원이 되는 프로젝터 구매를 고민하게 된 것은 [검은 석호의 괴물]을 보고 나서. 2D로 보는 와중에도 3D 상영을 염두하여 제작된 영화라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고 50년대에 적지 않은 수의 3D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이 영화들의 3D 블루레이마저 나와 있는 상횡이라는 걸 알게 되니 3D를 갖춰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정용 3D는 극장 3D보다 (동일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밝고 3D 효과도 더 나은 편이라고 들으니 대충 3D 컨버팅한 영화들 말고 처음부터 3D 상영을 염두한 영화들이라면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은 호기심도 생겼다 (예를 들자면 극장에서 3D로 보고 실망했다가 집에서 2D로 보고 평가를 바꾸게 된 [퍼시픽 림])

다만 3D의 경우는 4k와 달리 필수불가결한 사항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소개할 '그 사건'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3D 기능이 지원되는 프로젝터를 손에 넣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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